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강릉 경포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쥐가 곡식을 모으는 형상을 따서 이름이 붙은 서지마을이라는 곳이 있다. 1700년대 이곳에 종가가 지어졌고, 그곳에는 창녕 조씨 명숙공 종가가 들어섰다. 강릉의 대 가(大家)로, 이제는 종가의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텔링 농가 맛집으 로 알려진 서지초가뜰의 밥상 이야기를 들어 보자.

이야기를 전하는 밥상

서지초가뜰은 농촌진흥청과 인연이 깊다. 농촌진흥청에서 2007년 실시한 향토음식자원화사업의 초기, 농가 맛집으로 서 지초가뜰이 선정되었다. 당시 창녕 조씨 명숙공 종가를 문화재 로 지정하는 일이 진행되던 때. 심사를 위해 종가를 방문한 전 문위원들이 주위에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아 종가의 9대 종부 최영간 씨가 준비한 상을 받게 되었다. 손님 대접에는 전문가 였던 전문위원의 강력한 추천이 지금의 서지초가뜰이 있게 된 배경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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게다가 그냥 농가 맛집이 아니다. 앞에 ‘스토 리텔링’이 붙는다. 정갈하고 맛있는 밥상 임은 틀림없지만, 그 밥상이 어떤 이야기 를 전해 주기에 스토리텔링이라는 수식 어가 붙은 건지 궁금했다. 차림표를 보니 그 안의 이름들도 생소하다.

“못밥, 질상, 손님상, 새 사돈 만나는 날, 사위 첫 생일상, 서지 큰상.”

상차림의 단위로 차림표가 만들어져 있다. 손님상, 새 사돈 만 나는 날, 서지큰상은 무슨 이야기가 있는지 따로 묻지 않아도 알겠는데 사위 첫 생일상과 못밥, 질상은 생소하다.
“강릉에서는 딸이 결혼하고 사위의 첫 생일이 오면 친정에서 음식을 해서 보냅니다. 딸이 결혼하고 친정에서 보내는 이바지 와 비슷한 개념이랄까요?”


이바지에 신행을 마치고 시집에 들어간 딸이 시댁의 낯선 부 엌에서 음식 만드는 게 어려울까 걱정하는 친정어머 니의 마음이 담겨 있다면, 마찬가지로 시댁의 음 식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딸을 걱정하는 마음과 그 딸과 함께 살 사위에게 당부하는 마음이 담 겨 있는 것은 아닐까 짐작해 본다. 그럼 못밥과 질밥은?

 

공동체 그리고 마음의 밥상

못밥은 모심는 날 먹던 밥이라고 해서 못밥이다.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논에 나가는 간단한 밥과는 다르다.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날의 못밥, 더군다나 명숙공 종가의 논이니 일하는 사람들의 수도 많다. 해마다 모심는 날이면 50~60명의 밥을 했단다. 그리고 찐 두부, 구운 꽁치, 쇠미역튀각 같은 반찬을 푸지게 내놓았던 어느 날. 일하러 온 장정 하나가 밥을 먹지 않고 엎드려 있더란다. 이상하게 여긴 종부가 시어머니에게 이야길 전했더니 어머니는 급히 다시 밥을 푸고, 반찬을 챙겨 장정에게 전했다고 한다. 엎드려 있던 장정은 싸 준 밥과 반찬을 가지고 자신의 집으로 달려갔다. 중풍으로 거동을 못하는 데다 넉넉지 못한 사정으로 흰 쌀밥을 드시지 못한 어머니 생각에 밥을 못 먹던 그 마음을 시어머니가 바로 안 것이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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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심는 날의 일꾼을 질이라고 불렀다 한다. 모심기부터 김매기 등 수많은 논일이 끝나고 나면 질꾼들을 모아 한 상을 차려 내는데 그게 질상이다. 질꾼은 한 사람 몫을 너끈히 일하는 어른을 말하는 것이었나 보다. 이 댁에서 데려다 키운 아이가 하나 있었다. 이 댁의 어른이자 강릉에서도 큰 어른이었던 조진사는 질밥 먹는 날, 질상을 앞에 둔 일꾼들에게 무릎을 꿇다시피 하고 당부했다.


“자네들이 잘 돌봐 준 덕에 이 아이가 올해 스무 살이 되었네. 앞으로도 잘 가르쳐 좋은 질꾼을 만들어 주시게.”
그냥 그때는, 이 댁에서는 이런 음식을 먹었다는 것을 재현한 것이 아니다. 대종가를 이끄는 마나님이, 구순이 다 되어가는 큰 어른이 보여준 진정한 어른의 마음. 그 마음을 밥상을 통해 전하는 것이다.

 

우리가 먹는 밥, 그 밥상의 이야기

질상을 받았다. 못밥과 질상은 서지초가뜰에서 언제든지 먹을 수 있지만 손님상부터는 예약이 필요하다. 얼핏 우리가 흔히 보는 한정식 백반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가의 맛이 담긴 음식들이 있다.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듯이, 음식도 아는 만큼 맛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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식지 않게 작은 초가 데우는 탕은 영계길경탕이다. 영계와 말린 도라지, 밤, 대추 등이 들어간 영양탕인데 탕국과 맛이 비슷하나 좀 더 진하다. 창녕 조씨 종가의 이 음식은 대형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음식점에 기술이 전수되기도 했다.


포식해도 있다.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식혜도, 생선을 삭혀 먹는 식해도 아니다. 종가에는 제사가 많은데 제사에 쓰인 포는 쓰임새가 그리 많지 않다. 이 포를 잘게 찢어 찰밥과 함께 삭혀서 만든 것이 포식해다.


얼핏 쑥버무리처럼 생긴 떡은 씨종지떡이다. 모를 키울 때 쓰는 볍씨를 털어 쓰지 않고 푼푼이 남겨 두었다가 남은 볍씨로 찧어 만드는 것을 씨종지떡이라 한단다. 좋은 쌀 볍씨에 호박오가리, 쑥 등을 넣어 만들었으니 맛있는 것도 당연하다.
송죽두견주는 이 댁의 가양주다. 전해 내려온 지 300년이 넘는 술이다. 댓잎과 솔잎, 다섯 가지 곡식으로 빚고 꽃잎을 띄워 낸다. 적당히 달고 향긋해서 한없이 마실 수 있을 것만 같은 술이다.


임진왜란 때 강릉에 터를 잡고 그 이후 300년간, 지금까지 변한 것은 많지만 음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. 종가의 맛을 담은 밥상이지만 그 위에 마을 공동체의 정과 그를 생각하는 진정한 어른들의 이야기도 있다. 서지초가뜰에서 이런 밥상을 받게 된다면, 밥상이 전하는 이런 얘기들을 조용히 되새겨 볼 일이다.

 

서지초가뜰

주  소 강원도 강릉시 난곡길76번길 43-9
연락처 033-646-4430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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